경마 뒷담화(1)

“서울 말은 없다”, 혹시나? 역시나~

7회째를 맞아 처음으로 서울과 부산의 교류경주로 시행된 대통령배(G1)는 역시 부산 말들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당일 단승식 1.5배로 절대 인기를 모았던 ‘당대불패’(조성곤 기수)는 경주 초반 다소 무리한 선행작전을 펼쳤음에도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낙승을 거둔 것. 소위 스포츠 경기에서 자주 말하는 wire to wire(와이어 투 와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1위를 뺏기지 않은 채 우승한 것)로 거둔 완승이었다. 이로써 ‘당대불패’는 경남도지사배(G3), 농림부장관배(G2)에 이어 대통령배까지 우승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국산마로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서울과 부산의 교류경주는 지난 2008년부터 시작 됐다. 서울과 부산의 3세 경주마들이 자웅을 겨루는 한국판 3관경주의 시작과 함께 말이다. 이때부터 서울 경주마들의 수난도 함께 시작됐다. 2008년 첫 해 KRA컵 마일(G3, 부산)을 필두로 농림부장관배(G2), 코리안오크스(G2, 부산), 코리안더비(G1)까지 모두 부산 마필들이 휩쓸었고, 이것은 작년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올해는 서울 마필들이 비교적 선방해(?), KRA컵 마일에서 ‘머니카’가 코리안오크스에서 ‘유로파이터’가 각각 우승을 차지하며 지긋지긋한 연패에 사슬은 끊어 버렸다. 물론 그래봤자 3관경주에서는 1승8패로 밀리고 있고, 오크스를 포함한 3세마 경주에서는 2승11패, 대통령배까지 포함한 국산마 경주에서는 2승12패로 처참한 성적표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05년 새로 개장한 부산 경마공원에 비해 서울 경마공원이 인력이나 인프라에서 결코 뒤질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패가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도 투자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지난 9일 열린 1세마 경매에서 역시 낙찰가 상위 5두는 모두 부산 경마공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것을 포함해 최근 수년간 고가의 경주마는 거의 대부분 부산으로 넘어갔다.

국산마 경매 첫 시작이었던 지난 98년 ‘자당’의 낙찰가는 고작 1,350만원이었다. ‘자당’의 라이벌 ‘무비동자’는 1,320만원. 10여년간 물가가 많이 올랐다 하더라도 정말 당시 경매는 소위 진흙탕에서 진주 찾기 시대였다. 아직도 서울에 있는 마주들이 진흙탕에서 진주만 찾는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반면 새로운 마주들로 출발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은 달랐다. 더 좋은 경주마를 찾기 위해 좁은 땅덩어리에서 발품을 팔았고, 과감한 투자가 이어졌다. 그 결과가 지금의 열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서울의 마주들과, 그로인한 올해의 경매 내용으로 보아 향후 수년간 서울경마공원의 국산마가 부산에게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투자와 경마에 대한 열의가 이어지지 않는 한, 참패는 계속될 것이다. 그때 그 시절 타령만 하다가는 지난 농림부장관배처럼 안방에서 5착까지 다 뺏기는 망신살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김중회 기자 jhkim@skrac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