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마장 사람들 - 얼굴과 이름 없는 예상가 쓰나미(津波)

경마장을 찾는 팬들에게 이제는 익숙한 직업군(群)이 되어버린 사람들로써 세칭 예상가 또는 전문위원이라고 불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크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루트를 통하여 경마팬들과 베터들을 만나고 있다. 오프라인의 대표주자로는 수십종류에 이르는 경마예상전문지와 경마관련 코너를 게재하는 신문들 그리고, 무료전단지 등이고, 온라인상으로는 인터넷상의 경마싸이트에서 텍스트 글과 경마방송(UCC경마방송) 그리고, 일부 케이블 TV 등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들은 상기 언급한 매체들을 통하여 자신의 경마예상이나 분석글 그리고, 경마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신의 광고, 홍보 내용 등을 통하여 경마팬들과 베터들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상기의 활동으로는 전혀 수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들은 경마가 열리는 경마일(금, 토,일요일)에 경마현장에 가서 현장음성정보(ARS)와 현장문자정보(SMS)를 통하여 유료 현장정보를 원하는 경마팬들에게 제공하여 그 수입을 바탕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본업은 따로 있고, 부업이나 사이드잡(Side Job) 또는 투잡(TwoJob) 형태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본명과 필명 사용자로 양분되어 있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본명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본업형 예상가가 많고, 필명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부업이나 투잡, 사이드잡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

오늘 필자는 여러분께 그 들 예상가 집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을 소지한 후배예상인 한 사람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쓰나미(津波, Sunami)라는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용어를 필명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쓰나미는 진파(津波)라는 한자어의 일본어 발음으로 이제는 국제어로써 인정되고 있는 용어로 지진이나 화산 폭발로 발생하는 해일, 주로 해저 지진에 의해 발생하는데 해저사태나 연안사태 등이 원인이 되어 큰 파도나 물결이 육지를 덮치는 현상으로 작년 일본에서는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 발생으로 많은 인명들이 숨지기도 하였다.  

그가 왜 이런 무시무시한 쓰나미라는 필명으로 경마예상인으로 데뷔한 것일까? 물론 쓰나미같은 엄청난 파워감과 존재감으로 경마예상계를 뒤집어 엎겠다는 각오가 한 몫 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이 된다. 하지만, 그는 얼굴과 본명을 공개하는 것을 반대한 부친의 권유로 쓰나미라는 필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분명 신동준이라는 멋진 이름과 꽤 잘 생긴 외모(?)를 지닌 30대 중반의 젊은 예상인으로 이 일에 입문한지 9개월째 되는 신참 예상가로 필자와는 많은 나이차임에도 꽤 진지한 대화와 만남을 지속하는 사이로 한 마디로 경마판을 떠나서도 통하는 점이 있는 호형호제(好兄好第) 하는 사이다.

그런 그에게 왜 그의 부친은 얼굴을 공개하지 말고, 본명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까? 그의 부친이 대체 어떤 분이고,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이 업계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그에게 그런 엄명을 내렸을까? 그는 작년 이 업계에 데뷔하기 전에는 경기도에 위치한 모대학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하여 졸업하고 군을 마친 후 우육(牛肉)수입 유통업체에서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하였다. 그런 그가 왜 소고기랑 계속 놀지 말고기도 아닌 경주마가 판치는 경마장에서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까?

그는 뚝섬경마장 시절에 마방(馬房)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예수님은 마굿간에서 태어났다고 알고 있는데, 그가 예수님도 아닌데 왜 마방에서 태어났을까? 다름아닌 그의 부친이 최다승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유명한 신모 조교사다. 고려대에서 아직도 대한민국 출신 최고의 축구스타로 축구인들과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는 차범근감독과 함께 축구선수로 활동하다가 선수생활을 접고, 기수훈련원 교관으로 활동하다가 조교사 생활을 하시는 현역 조교사로 연세를 고려하면 향후 4년 정도 정년이 남아있는 분이다. 이제는 적지않은 노장의 나이임에도 열정적이고 꼼꼼한 마방운영으로 작년에도 년간 최다승을 거두고 최우수 조교사로 선정되었다. 한 마디로 쓰나미의 부친은 과천벌 최고 명문마방을 운영하는 수장이다.

그런 그에게 아들이 경마예상업을 시작한다고 허락과 조언을 구했을때 그의 부친은 자신의 입지와 관련한 세간에 쓸데없는 의혹이나 헛소문과 비판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완강히 반대를 하였다가 장고(長考)를 거듭한 후에 허락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때 아들에게 내건 조건이 자신의 정년퇴임 시까지는 얼굴도 본명도 당분간 사용하지 말라고 하였다. 한 마디로 네 실력만으로 그 업계에서 노력하고 몸으로 부딛혀서 성공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년전까지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의 정년시점에서 부자간에 함께 다른 일을 다시 시작하고, 아니면 아들의 포부대로 예상업계에서 성공을 거두면 그 시점에서 본명과 얼굴을 공개도 하고 바꾸라고 했다는 것이다. 마방에서 태어나 매일같이 경주마를 보면서 그리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말들과 함께 친구처럼 친숙하게 지내온 그에게 경주마와 관련한 일을 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벌이의 다소(多少)를 떠나 기쁨이자 행복일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그는 태생적으로 환경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말도 꽤 잘 타고 경주마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풍부하고, 활달한 성격을 반영하듯이 경마장 안팎으로 많은 인맥을 보유했다는 것이 예상가로써는 큰 장점이자 무기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여타 예상인에 비해 태생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면에서 유리한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그런 유리한 조건이나 환경 등이 모두 예상이나 예상실력으로 반영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 업계가 그런 조건들로만 성공할 수 있는 만만한 판데기는 아니라는 점을 새내기급 예상가인 그도 9개월째 접어든 작금의 시점에서 뼈져리게 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정말 많은 경마공부와 정보로도 쉽게 정복되지 않는 경마라는 괴물을 함께 마주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그에게 선배예상인으로 애정을 가지고 당부하고자 하는 말은 그가 앞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경마공부에 할애하면서 많은 노력과 열정을 기울여 경마팬을 위하는 진솔한 예상을 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예상가 입문 시에 부친과 굳게 약속했던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예상인으로써 태생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극대화시키면서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고, 또한 성공도 할 수가 있을 거라는 점이다.

최근에 전직(前職) 기수 출신으로 유상완, 강태현氏도 모예상지 업체를 통하여 예상가로 데뷔를 하여 활동하기 시작하였고, 이들 전에서 지금도 전직기수 출신 예상가로는 최고참급인 백원기氏를 비롯하여 신도선, 소광섭, 유진하, 송석헌, 서영석, 안선호氏 등이 예상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한때 예상업을 하다가 그만둔 홍성호, 김형수, 정금진, 오명섭氏 등도 따지면 기수출신이기에 태생적으로 여타 예상인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했지만, 모두가 유명예상인이나 인기예상인으로 성공하지는 못한 곳이 이 업계의 차디찬 현실이다. 그 만큼 이 사회의 그 어느 업계와 비교해서도 치열하고 살벌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예외도 있지만 객관적인 강자(强者)와 실력있는 자들만이 살아남는 이 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필자는 그의 성공가능성을 섣불리 점칠 수는 없다.

그리고, 올해 2월에 마사회에서 일요일에 실시하는 경마팬들을 위한 특강에 그의 부친이 초빙되어 강연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 당시 그의 부친은 경마팬들 중에서 아들의 예상가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질의가 이루어질 경우 당당히 사실을 인정하고 밝히려고 했다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일화를 비유해서 준비한 내용이었지만, 필자로써는 자식을 둔 노(老)부친의 마음이 가슴뭉클하게 전해지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노무현 전직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상대 후보측에서 자신의 장인이 빨갱이 출신이라는 점을 선거에 악용하면서, 빨갱이 가문 출신인 부인을 둔 후보로 색깔몰이식 비판을 가하자, 그는 당시  "그러면 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아내를 버려야 되겠습니까? 내가 아내를 버려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차라리 대통령에 도전 하지 않겠습니다"였다. 당시 이 내용이 삽시간에 전해지면서 오히려 노무현 전직대통령의 순수하고도 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부각되면서 그의 당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그 강연을 위해 준비한 신모조교사가 준비한 답변은 "제 아들이 예상가로 활동하는 것을 그만 두게 할까요? 아님, 제가 조교사로 활동하는 것을 그만 둘까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였다고 한다. 역시 마판에서는 명장(名將)과 맹장(猛將)으로 소문이 자자한 분이지만, 그도 그 이전에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아들의 입장을 두둔할 수 밖에 없는 이 나라의 평범한 아버지 중에 한 사람이라는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자리에서도 아들이 예상인으로 활동한다는 것을 떳떳히 밝히고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그의 부친이 조교사로써 최고의 자리에 올랐듯이 그도 아직은 예상인으로써는 일천한 경력의 신예예상가지만, 앞으로 많은 성공가능성을 내포한 열정적이고 혈기 넘치는 젊은 예상인의 한 사람으로써 그를 계속 주시하면서 인간적인 교류를 이어가고자 한다. 어울러 그가 30대 중반의 나이로 시간도 그의 편인만큼 그가 파워풀한 마보(馬步)의 마음을 간직하돼 우보(牛步)와 같은 뚜벅이 걸음으로 서두르지 않으면서 알찬 실력과 알맹이가 꽉찬 내용있는 예상으로 장기간 경마팬들에게 사랑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결혼 7년만에 어여쁜 제수씨와의 사이에서 지난 주에 첫 아들을 본 그와 1남 1녀를 슬하에 두고 이제야 아들에게서 기다리고 기다리먼 친손주를 본 신모조교사께도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그리고, 쓰나미 아니, 신동준 아우님, 득남주는 언제 살겁니까? 술 고픈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