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가축으로 사육되기 시작한 한반도의 말(馬), 수백 년이 흘러 말은 영토와 세력 확장을 위한 군사적인 목적과 통신용의 역마, 교통, 교역 등 중대한 역할을 하며 우리 민족에게 동물 그 이상으로 가까운 존재였다. 역사적으로는 조선 말기까지 국가 주요 정책의 하나일 만큼, 아시아의 주요 말국가로 자리매김해 왔다. 기마민족의 후예로서 그 정통성과 역사성을 갖춘 셈.

철도의 등장으로 교통수단으로서 중차대한 임무에서 물러나게 될 무렵, 서구의 경마가 도입되며 말은 국민들의 새로운 레저문화로 정착했다. 우리나라 경마 역사는 서구에 비해 짧은 약 100년 남짓. 그러나 ‘말 문화’와 ‘말산업’을 함께 접목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한반도의 말(馬) 관련 문화산업을 연대기별로 살펴보는 ‘한반도의 말, 그 역사와 미래’. 오늘은 시리즈의 마지막 회로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말산업의 미래에 대해 탐색해 본다. 미래 말산업의 무궁무진한 매력 속으로 지금부터 렛츠런~

| 승마 인구 100만 시대는 무엇을 의미할까?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승마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2017년 우리나라 승마 인구 수는 체험 승마 인구를 포함해 94만 8,714명. 이중 정기적으로 승마를 하는 즐기는 정기 승마 인구는 4만 9,312명이다.

사실 승마는 골프와 비교되며 귀족 레포츠라는 편견이 있었던 게 사실. 그렇다면 승마가 이처럼 '국민 레포츠'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승마를 접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연령층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설과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 한국마사회의 지속적인 유소년 승마단 지원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승마 인구가 늘어도 승용마가 부족하다면 무용지물. 그렇다면 승용마는 어떻게 보급될까? 한국마사회의 전국 경마장에서 퇴역하는 경주마는 한 해 1,700여 마리. 말의 평균 수명은 25살 전후지만 경주마는 고작 7살 전·후면 퇴역하는데, 이때 질주본능에 익숙한 경주마를 승용마로 체계적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도입해 마필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국내산 승용마 생산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내산 승용마는 제주마의 강인함과 수입 품종인 더러브렛의 체형을 함께 이어받은 말로, 체고가 높지 않아 작은 키의 여성이나 청소년도 쉽게 올라탈 수 있다. 승마 안전에 중요한 온순한 성품까지 겸비하고 있어 승마인구 확산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국내산 승용마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500억 원이 넘는 생산 유발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융복합 말산업이 뜨면 고용 창출 효과도 뜬다?

최근 농촌엔 ‘융복이’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융복이가 대체 누구냐고? 바로 농촌의 1차 산업에 2차 제조업, 3차 관광 서비스업을 연계한 융복합 6차 산업을 친근하게 일컫는 말이다.

말산업의 경우 1차 산업인 생산과 사육, 2차 산업인 사료와 마장마구, 3차 산업인 승마·경마·관광·교육·재활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6차 산업이다. 융복합 산업의 중심에 말산업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인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말산업이 중요한 해법이 되고 있다. 실제로 말 산업 규모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말산업 규모는 이미 3조4,000억 원을 넘어섰고, 말산업 종사 인구는 2017년 기준 2만 4천여 명. 향후 2021년까지 3만 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말산업 육성 정책으로 미래지향적인 축산환경 조성과 종마목장 등 말관련 인프라와 연계한 관광자원을 랜드마크로 육성하고 있다. 경마 수출 등에 힘입어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경마산업은 물론, 과거엔 이름도 생소했던 장제사, 재활승마 지도사 등 승마 인구 증가에 따른 일자리 수요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 경제연구소가 밝힌 `3마1직(3馬1職)‘이라는 말이 있다. 말산업이 3마리의 말에게서 1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그 정도로 말(馬)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아 고용창출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 말산업이 관광문화 콘텐츠로... 新 한류의 가능성은?

말산업의 미래를 논하려면 무엇보다 말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 국민들의 인식 속에 고급 레포츠 승마에 대한 편견을 떨치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레저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곳이 국내 경마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마사회다.

과천 경마장은 온 가족의 나들이 명소라는 개념의 ‘렛츠런파크’로 탈바꿈했고, 가족 나들이 명소답게 다양한 즐길 거리와 사계절 참여형 축제들이 열린다. 특히 화제의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와 컬래버레이션해 화제가 됐던 렛츠런파크 뮤직 페스티벌은, 경마장이라는 공간에 젊고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해마다 벚꽃 철이면 진행하는 렛츠런파크 벚꽃축제도 명물로 거듭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제주와 장수의 씨수마 목장도 평소 접하기 힘든 말과 함께 이색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여행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선 해변승마 역시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처럼 다양한 계층에서 쉽게 향유할 수 있는 말 관련 체험 문화가 말산업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현재 국내 말산업 규모는 3조 4천억 원대. 2021년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말을 사육하는데 필요한 사료, 장제 등의 시장 매출로 연 매출 100억 대. 2014년부터 수출하기 시작한 경마 중계는 2017년까지 3년 만에 미주 4대륙으로 수출 지역이 확대되며 약 629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말산업 육성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말산업 수출과 승용마 유통체계 구축을 목표로 국가 차원에서 주요 정책을 도입해 말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로부터 인간과 가족처럼 지내온 고마운 동물 말(馬), 말은 초식동물로 온순하고 약하지만, 무리가 모이면 사자나 호랑이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한반도의 말 문화 연대기 시리즈를 마치며 우리도 말처럼 힘을 모아 말산업을 미래 산업 동력으로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