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도 끝이 났으니 

다시 모두 일상에 복귀해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계실텐데요.

남은 한 해 여러분이 계획하신 일을 차질없이 이뤄내시길 바라는 마음에 

제주 속담이야기를 하나 들려 드릴까 해요!

한 눈 팔지 말고 제 할일을 하라는 뜻의 속담

" 말 죽은 밭에 들지 마라. "

이 속담에 얽힌 이야기는 이러하답니다.

염라대왕은 강림이라는 저승사자에게 

"여자는 칠십, 남자는 팔십이 정명이니 차례차례 이승에서 저승으로 데려오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강림은 적패지(赤牌旨)를 등에 지고 이승으로 내려오다가 

너무 먼 길이라 지쳐서 쉬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까마귀가 뭘 그렇게 지치도록 걸어 다니느냐고 놀렸답니다. 

 

 

 

강림은 까마귀에게 자기 대신 이승에 날아가서 적패지를 붙여오라고 시켰죠.  

까마귀는 적패지를 앞날개에 달고 이승으로 날아가다가 

밭에서 말을 잡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싱싱한 말 피라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기다렸죠. 

 

때마침 말을 잡던 백정이 말발굽을 끊어 휙 던졌는데 

까마귀는 자기를 맞히는 줄 알고 날아오르다가 그만 적패지를 떨어뜨려 버리고 말았는데요. 

마침 담구멍에 있는 뱀이 적패지를 호로록 삼키고 들어가 버렸답니다. 

그래서 뱀은 죽는 법이 없이 아홉 번 죽었다가도 열 번 살아나는 법이라고 하네요.  

 

 

까마귀는 옆에 앉은 솔개를 오해해 이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내 적패지 달라. 까옥.” 

“안 보았다. 뺑고로록.” 

그 때의 싸움으로 지금도 까마귀와 솔개는 만나면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 서로 싸우는 법이라고 합니다.

 

 

   

적패지를 잃어버린 까마귀는 이승에 날아와서 아무데나 되는대로 외쳐댔습니다. 

“아이 갈 때 어른 가십시오, 까옥” 

“어른 갈 때 아이 가십시오, 까옥” 

“부모 갈 때 자식 가십시오, 까옥” 

“자식 갈 때 부모 가십시오, 까옥” 

“자손 갈 때 조상 가십시오, 까옥” 

“조상 갈 때 자손 가십시오, 까옥” 

이런 이유로 어른 아이 순서 없이 죽게 된 것이고

까마귀가 울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생겼습니다.

까마귀가 죽음을 가져온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죠.

  

 

  

까마귀가 적패지를 잃어버리고 되는 대로 외치는 바람에 

남녀노소가 순서도 없이 마구 저승으로 몰려들자

어리둥절해진 재판관이 강림을 불러 문초를 했습니다. 

 

“분명 나이가 되면 차례차례 데려오라고 했는데 

어째서 어른 아이 구별 없이 이리 몰려오고 있는 것이냐?” 

 

곤란해진 강림이 까마귀를 잡아 닦달하니 

말 죽은 밭에 들어 피나 한 점 얻어먹으려고 하다가 적패지를 잃어버렸다고 고백했죠.  

강림은 화가 나서 까마귀를 보릿대 형틀에 묶어 놓고 다리를 후려 갈겼답니다. 

그리하여 까마귀는 바로 걷지 못하고 어기적어기적 걷는 것이죠. 

 

이 일로 제 할 일을 잊고 공짜로 뭔가를 얻어 볼까하는 마음에

엉뚱한 곳으로 들어간 사람을 이르러 "말 죽은 밭에 들었다"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잠깐 한 눈 팔았을 뿐인데 참 큰 결과를 낳은 이야기지요?

여러분은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않고 목표까지 완주 하시길 바랍니다!

출처 : 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