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탄탄하고 매끈한 말근육, 강인하게 쭉 뻗은 다리,

광활한 대지를 질주하는 야성미, 그리고 기품 있고 우아한 갈기와 커다란 눈망울...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과 가장 가깝고 이로운 동물이라는 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삶에 있어 없어선 안 될 동물,

그것이 바로 말(馬)이다.

또한 승마의 귀족적 이미지 덕분에 예부터 부와 명예를 상징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 ‘말(馬)’하면 어딘지 모르게

귀족적이며 품위 있고 강직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익히 명품으로 알고 있는 브랜드 중에

말을 로고나 엠블럼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와 이태리 태생의 명품 패션부터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자동차 브랜드까지!

명품 속에 들어 있는 말(馬) 이야기를 소개한다.  

트렌치 코트의 대명사 ‘버버리’도 말을 앞세워 명품으로 발전해 왔다.

로고를 보면 전장의 개선장군처럼 깃발을 들고 전진하는 모습을 형상화 하고 있다.

말을 타고 힘차게 나아가는 기수처럼 소재, 디자인, 유행 전반에 걸쳐

개혁을 이끌겠다는 창립 이념을 담은 것. 

버버리는 1856년 21살의 청년 토마스 버버리에 의해

영국 햄프셔의 작은 상점에서 시작됐다.

그가 명품 반열에 오른 계기는 탄탄하고 방수 기능이 뛰어난 개버딘이라는

혁신적 원단을 개발했기 때문.

개버딘은 비가 자주 오고 축축한 영국 기후에 적합한 레인코트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코트의 안감으로 사용된 버버리 특유의 타탄 체크무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대표 문양.

개버딘 소재의 코트는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트렌치코트를 유행시킨다.

이것이 오늘날 트렌치코트의 대명사가 된 배경이다. 

폴로선수의 모습을 아예 로고로 사용한 브랜드도 있다.

미국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설립한 ‘랄프 로렌’.

그는 일반인들이 동경하는 상류사회의 스타일을 보편화한 디자이너다.

하얀 옷깃을 접은 폴로셔츠가 대표적. 

승마도 그렇지만, 폴로 역시 영국 귀족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폴로는 말을 타고 목재로 만든 공을 스틱으로 쳐서 상대편의 골에 집어넣어

승부를 겨루는 경기다.

당시 선수들은 앞단추를 풀어 젖힐 수 있는 짧은 소매의 폴로셔츠를 입었는데,

이것이 상류층이 입는 활동적이면서도 품격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폴로 선수들의 모습이 담긴 로고는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부상하며

세계적 명품 반열에 오르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경주마와 기수를 로고로 사용하는 브랜드도 있다.

프랑스 브랜드인 ‘롱샴’. 가죽세공 장인 카세그린이 1948년 설립한 곳으로,

가죽 마구 용품을 생산하며 명성을 이어갔고 가방과 의류로 확대하며

세계적 브랜드로 발돋움 했다. 

롱샴은 프랑스 파리 불로뉴 숲 근처 경마장의 이름이다.

패션 브랜드에 경마장 이름을 쓰고, 로고까지 기수와 경주마로 정한 이유는 무얼까.

19세기 중반 파리에 등장한 경마는 영국에서 들어온 경기로,

당시만 해도 새로운 문물로 여겨졌다. 

특히 불로뉴 숲 속 롱샴 경마장은 귀족들의 사교장소로 유명했다.

프랑스의 화가 마네는 당시 사회상을 화폭에 즐겨 담았는데, ‘롱샴의 경주’가 대표적이다.

그림에서도 확인되지만, 롱샴 경마장은 파리의 멋쟁이들이 모여 드는 패션의 중심지였다.

로고의 유연하고 날렵한 말과 기수도 그림 속의 모습과 닮았다. 

말과 마차가 등장하는 로고도 많다. '코치(coach)'는 귀족용 고급 마차 생산지로

유명한 헝가리의 '코치'라는 도시 이름에서 따왔다. 이 마차는 지붕을 벨벳이나

가죽으로 덮어 무게를 가볍게 하고, 충격 완화 기술을 적용해

승차감을 좋게 한 최고급 마차였다.

당시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2억5,000만원,

왕이 타던 도금된 마차는약 20억 원을 호가했다고 한다.

코치는 1941년에 미국 맨해튼 34번가에서

수작업으로 지갑류를 제조하던 6명의 가죽 세공인들로 시작 됐다.

초창기엔 승마와 관련된 가죽 제품을 생산하며 명성을 얻었다고. 

‘에르메스’ 역시 말 마차와 귀족이 새겨진 로고로 유명하다.

이 로고에는 ‘뒤크’라 불리는 사륜마차와 말, 마부가 있다.

이 사륜마차는 탑승자가 직접 두 마리의 말을 몬다. 마차 모양 로고를 사용한 이유는

탑승자를 위한 마구 용품과 안장을 판매했기 때문.

1837년 독일 태생의 티에리 에르메스가 파리의 마드레인 광장의 한 거리에서

마구상으로 출발했다.

이후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가방이나 지갑과 같은 피혁 제품으로 사업을 전환해

세계적 브랜드로 거듭났다. 

날렵한 몸체와 스피드한 속도, 강력의 힘을 상징하는 자동차의 끝판왕 스포츠카!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 페라리와 포르쉐도 말 문양을 로고에 담고 있다.

말처럼 강하고 힘차게 질주한다는 의미를 내세운 것이다.

자동차의 출력 단위인 '마력(馬力)'이 말이 끄는 힘에서 유래됐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포르쉐에 부착된 엠블럼은 포르쉐가 처음 세워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문장이다.

로고를 보면 방패 안에 또 다른 방패가 들어 있는데,

이는 중세 때부터 사용돼온 문장과 슈투트가르트의 문장이 결합된 디자인이라고 한다.

'슈투트가르트'는 말 사육으로 유명했다.

지명도 고대 독일어로 '말을 기르는 마을'을 의미한다.

먹이가 풍부한 덕분에 기병대를 양성하기 위한 독일 국영 목장이었다고. 

'페라리‘ 역시 '말(馬)'을 엠블럼으로 사용한다.

페라리 로고는 노란 바탕에 두 발로 선 말 그림이다. '도약하는 말'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로고는 '바라카의 말'로도 불린다.

그 이유가 흥미롭다.

페라리의 창립자인 엔초 페라리는 카레이서로 활약하며 F1 자동차 경주팀을 창설하기도 했다.

그를 후원하던 백작 부부가 있었는데, 당시 이탈리아 파일럿 영웅 ‘프란체스코 바라카’가

백작 부부의 아들이었다. 바라카의 비행기엔 용맹스런 말 문양이 있었는데,

격추한 비행기의 수를 새겨 넣은 것이다.

아들이 1차 세계 대전에서 전사하고, 페라리를 후원하던 바라카 부모는

이 문양을 자동차의 엠블럼으로 사용하라 권한 것.

페라리는 이 로고를 빨간 경주용 차에 붙이고 F1을 비롯한 수많은 경주에 참가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유럽에 페라리와 포르쉐가 있다면 미국엔 머스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스탕으로 불리는 바로 그 자동차.

1964년 포드에서 출시한 자동차로 ‘힘센 근육질 자동차’라는 의미에서 머슬카로 불렸다.

‘머스탱’은 야생마라는 뜻을 지녔다.

매끈하게 잘 빠진 차체와 강력한 힘이 거칠고 저돌적인 야생마 같았던 것.

실제로 엠블럼도 아무런 치장이 없는 야생마 그 자체다.  

머스탱은 1960년대에 제임스 본드의 ‘007 골드핑거’에 등장하며 화제가 됐다.

또 맨해튼의 중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전시할 정도로

머스탱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리나라에선 故 신성일 씨가 최초로 선보였다고 한다.

가격이 당시 그가 살던 집의 2배가 넘었다니 비싸긴 엄청 비쌌던 모양.

야생마의 박력과 저돌적 이미지로 머슬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브랜드에는 전통과 가치, 그에 걸 맞는 기업철학과 스토리가 깃들어 있다.

말을 등장시켜 명품이 된 패션과 자동차!

오랜 세월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명품 로고에 말이 이처럼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 놀랍다.

시대를 떠나 말이라는 동물의 영향력이 그만큼 방대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는 더 새롭고 신선한 브랜드 가치와 스토리가 필요한 시대다.

말이라는 동물이 또 어떠한 영감을 주게 될 지 궁금하다.

말(馬),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매혹적인 동물인 건 분명하다.  

출처 : 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