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런파크 서울 말박물관(관장 박진국)이 품격 있는 말문화 보급과 예술 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2016년 초대작가전' 그 두 번째 무대를 공개한다. 밥그릇 작가 혹은 숟가락 작가로 유명한 이송준이 바로 주인공. 작품의 재료가 대부분 중고 밥그릇과 숟가락이기에 그렇게 불리고 있다.

이송준 작가는 사람들이 쓰고 버린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밥그릇과 밥그릇 뚜껑, 숟가락과 젓가락들을 모아 동물 오브제들을 만들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종종 매스컴에 소개되어 왔는데 재료가 특이한 까닭도 있지만 단순히 '리사이클링 아트'의 단계를 넘어 뛰어난 수준의 조형미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말, 상어, 표범, 코뿔소, 돼지 등 작가가 창조한 모든 작품들은 각 동물의 근육이나 골격 등의 특징을 잘 포착하여 나타냈을 뿐 아니라 차가운 금속 소재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유연한 실루엣으로 아름다운 생명력을 전하고 있다. 꼬리나 뿔, 근육 등을 일부러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은 각 동물이 가진 특징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의도적 장치로 보인다.

몸통을 이루는 숟가락들이 작은 물고기처럼 일제히 움직이는 상어, 고사상에 올라가 있는 것처럼 웃는 표정으로 살포시 다리를 모으고 앉아 있는 돼지, 번득이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조심스럽게 먹잇감을 향해 다가가는 듯한 표범 등의 작품에는 동물들의 실제 습성과 우화 속 이미지가 유머러스하게 혼재되어 있다.

먹고 사는 것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식기를 재료로 했고 대부분이 야생의 동물들이라 작품들은 현대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 인간의 모습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작품 제목인 <Dream(꿈)>처럼 영리하고 빠른 동물들만 살아남는 정글에서는 어쩌면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때마다 먹이를 주는 농장이 꿈에 그리는 이상향일지 모르겠다. 비록 농장 안에는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말이다.

봄이 오는 길목, 말이 전부이던 렛츠런파크 서울에 들어선 이송준 작가의 전시 ‘동물농장’을 방문한다면 버려진 그릇들이 작가의 손을 통해 반짝이는 예술품으로 재탄생한 마법과 함께 그동안 마음 어딘가에 폐기했던 자신의 꿈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는 3월 11일(금)부터 4월 3일(일)까지 약 4주간 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